황민호 DGIST 교수, 차세대 연성 수술로봇으로 의료 로봇의 현실화를 말하다
의료 로봇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수술 현장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로봇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황민호 교수는 “로봇은 이상적인 환경이 아닌, 현실 속에서 사람과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수술로봇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논문이 아닌 현장을 목표로 한 로봇 연구
황민호 교수가 이끄는 서지랩(SurGLab)은 차세대 수술로봇과 로봇 조작·자동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실이다. 연구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기술 자체의 완성도가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수술 환경은 시야 확보가 어렵고, 조직이 수시로 변형되며 출혈이나 연기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고난도 공간이다. 황 교수는 이런 환경에서 로봇의 완전 자동화보다 인간의 판단력과 로봇의 정밀함이 결합된 협업 구조가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소형화의 한계를 넘는 수술로봇 기술
황 교수는 박사 과정 시절부터 유연한 수술로봇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기존 수술로봇은 크기를 줄일수록 힘과 강성이 약해지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초소형 로봇 관절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고,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출력은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성과는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해당 기술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열린 국제 수술로봇 경진대회에서 응용 부문과 종합 부문 최고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자동화로 확장된 연구의 지평
이후 연구는 수술로봇 자동화 영역으로 확장됐다. 케이블 기반으로 작동하는 수술로봇은 구조적으로 위치 오차와 비선형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황 교수 연구팀은 이를 신경망 기반 모델로 예측하고 보정하는 방식을 제안해 로봇의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수술 동작을 모사한 자동화 실험이 성공적으로 검증됐으며, 연구 결과는 로봇 자동화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게재됐다. 일부 연구 성과는 해외 주요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대중적 관심도 받았다.
연성 수술로봇과 지능형 조작 기술, 두 개의 축
현재 서지랩의 연구는 두 가지 큰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인체의 자연 개구부를 통해 진입해 내부를 따라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 차세대 연성 수술로봇이다. 이는 기존 강체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로 평가된다.
다른 하나는 봉합, 매듭 묶기, 조직 절제처럼 고난이도 수술 동작을 대상으로 한 로봇 조작·자동화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는 로봇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주도하고 로봇이 정밀한 동작을 보조하는 ‘공유 자율성’ 개념이 핵심이다.
의료를 넘어 고위험 환경으로
황민호 교수는 로봇 기술의 궁극적인 가치를 실제 활용성에서 찾는다. 기술이 현장에서 쓰이지 않는다면 연구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차세대 연성 수술로봇과 지능형 로봇 조작 기술이 의료 현장은 물론, 다양한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도 사람을 돕는 도구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술실이라는 가장 까다로운 공간을 목표로 한 황 교수의 연구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