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수출의 숨은 주역은 중고차…신차 부진 속 수출을 떠받치다

2023. 9. 12.

겉으로 보면 한국 자동차 수출은 여전히 견조해 보인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올해 자동차 수출 증가세의 중심에는 신차가 아닌 중고차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수출 급증, 전체 수출을 떠받치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중고차 수출액은 약 8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수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중고차 비중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중고차를 포함한 자동차 수출액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중고차 수출이 없었다면 자동차 수출 실적은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신차 수출 부진의 배경

신차 수출이 주춤한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의 관세 부담이 커진 데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신차 수출 대수가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공급망 변화가 신차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중고차 경쟁력이 살아난 이유

중고차 수출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국산 차량의 기술력과 내구성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높아지면서, 중고차로서의 가치도 함께 상승했다. 여기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국산 중고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별로 다른 수출 구조

중고차 수출국을 살펴보면 각 지역의 특성이 뚜렷하다. 일부 국가는 비교적 고가 차량이 주로 수출되는 반면, 다른 지역은 저가 차량이 재수출 거점 역할을 하며 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중고차가 다양한 가격대와 용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별 맞춤 전략의 필요성도 시사한다.

파워트레인별 흐름의 변화

중고차 수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눈에 띄는 변화는 하이브리드차의 급성장이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 중고차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전기차 중고 수출은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중고차,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떠오르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산업이 새로운 수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과 중국처럼 품질 인증과 제도적 기반을 갖춘 국가들은 이미 중고차 수출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왔다.

국내에서도 중고차 품질 인증, 정보 투명성 강화, 해외 시장 맞춤 전략이 병행된다면 중고차 수출은 신차 수출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신차 수출이 흔들리는 시대, 한국 자동차 수출의 새로운 버팀목으로 떠오른 중고차 산업이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성장할지 주목된다.